숭어: 미국 대선 후보, “이민자는 동물이다.”

오랜만에 화창한 주말을 지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근무를 시작하던 월요일 아침, 뉴스에서 들려온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대통령이 지난 주말 오하이오주에서 유세중에 내 뱉었다는 “일부 이민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라는 발언으로, 이민자로서 나는 갑자기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말았다. 안그래도 미국 대선에 따른 한반도의 상황변화가 클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 뒤숭숭함이 가시기도 전에, 지인에게서 전화연락이 왔다. 특히, 회의가 많은 월요일 오전시간이기에 이 시간엔 좀처럼 연락을 않았던 터라 무슨 급한 일인가 하는 걱정이 앞서 전화를 받았다.

인사도 하기전엔 대뜸 한다는 말이, “지역 한인신문에 믿지 못할 기사가 나왔다”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 했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벨뷰지역에 월세를 못내고 있던 한국인 세입자가 있는데, 임대인과 주변 사람들이 당장 집에서 나가라며 독촉을 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지만, 그리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되었기에, 그게 왜 그리 당황스러운 일이냐며 조금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읽어보라고 채근하기에, 브라우저를 열어 기사를 살펴보던 중 내 눈을 의심할 만한 사진 한 장이 들어왔다. 왠 중년의 백인 여성이 “Koreans Against **** Kim”이라는 피켓을 들고 사람들 여럿과 함께 서있는 것이었다.

순간 ‘어떻게 백인여성이 한국인을 대리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과연 그 여성이 준비해 온 것일까? 아니면, 어느 한국인 누군가가 그 피켓을 그녀에게 건네 주었을까?’ 라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망둥이: 지역 보수당 한국계 정치인, “사기꾼은 나가라!”

왜 이런 상황이 발생되었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 좀 더 자세히 기사를 읽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한국인 세입자 김모씨가 몇 달동안 집세를 내지 못해 법원소송이 이었고, 킹카운티 변호사협회가 제공하는 두 번째 세입자 강제퇴거보호 법률서비스를 받던 중 소송지연에 따른 퇴거보류가 신청된 상태였다.

하지만, 임대인의 법률대리인은 세입자가 연체된 집세를 충분히 납부할 능력이 됨에도 법망을 이용해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취지였다. 결국, 지난 펜데믹으로 사회경제망이 붕괴되고, 이로 인한 세입자와 소규모 임대인 사이에 벌어진 소시민들간의 법률적 분쟁상황이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런데 이 상황 인식하에도, 나는 강렬히 내 눈에 박혀버린 그 사진때문에, ‘왜 이민자 또는 인종적인 문제가 여기에 개입된 것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단초를 찾기위해 그 기사에 첨부된 사진들과 동영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놀라운 발견은 동영상에 나온 한국계 보수당 지역정치인이었다. 그는 세입자의 전신사진을 세워두고는 인터뷰를 통해,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이민자들이 욕을 먹는 다며, 망신을 줘야 한다했다. 그리고 한 술 더 해서 참가한 영어권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사기꾼은 나가라!”를 가르치며 선동하고 있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옛 말이 틀리지는 않나보다. 함께 모인 임대인 입장의 참여자들이 주장하는 소규모 임대인들의 권리와 주장까지는 지난 펜데믹 이후 팍팍해진 삶속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한인계 지역정치인은 왜 굳이 이 자리에 나와 사람들을 선동하고, 굳이 세입자가 한국인이라며 심지어 한국어로 비난을 하는 것일까?’ 라는 물음엔, 결국 본인의 안위를 위한 세간의 집중을 위한 관종적 이슈몰이나 일제치하에서 볼 수 있었던 앞잡이 본능 외에는 딱히 마땅한 답이 없을 것 같았다. ‘

과연 그는 한국인 이민자들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과연 그는 정치인으로서 한인 유권자들을 차별없이 지켜낼 생각이나 있을까?’ 더 우려되는 바는, 현재 트럼프라는 선동가가 재선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를 여과없이 표출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 지역 정치인이 가르쳐준 오늘의 한국어 표현은 필요에 따라 “한국인은 사기꾼!” 그리고 결국엔 “한국인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로 진화되어 우리들에게, 그리고 본인에게도 칼이되어 돌아 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2024년 3월 19일 UP에 사는 한인

 

 

 

저작권자 © 시애틀코리안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