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워킹비자가 끝나기 몇 달 전부터 가보지 못했던 명소를 시간을 내서 찾아다녔다. 한국에 돌아가면 아마 다신 이곳에 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런 와중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가보았다. 많은 그림을 지나치다가 두꺼운 유리 보호막 안에 전시되고 있던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원화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매우 작게 느껴졌던 그림 속의 밤하늘 별들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작은 불꽃 같은 축포가 터지는 것 같았다.고흐의 그림이 마음을 울리면서 다른 작품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었
1974년, 서유럽에서 가장 민주화가 늦었던 포르투갈에서 혁명이 일어나 권위주의 정권이 붕괴됐습니다. 이 혁명을 '카네이션 혁명'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전쟁중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선 부정 선거에 분노한 국민들이 2004년 혁명을 일으켰고, 이는 세계에 '오렌지 혁명'으로 불리웠습니다. 그 말을 지금 한국에선 이준석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오렌지 혁명의 원조는 우크라이나입니다. 그 이듬해인 2005년, 키르키즈스탄에서 일어난 민주화 혁명에선 카네이션이 등장했습니다. 시민들이 카
이제 우리나라도 총선이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만, 미국도 사실은 지금이 정치의 계절입니다. 올해 11월 두째 주 화요일에 있을 대선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변화에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총선과는 달리, 미국 대선에 대해선 별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이라. 이건 뭐 바보들의 행진 비슷해 보여서. 4년 전 미국 대선은 어떻게든 트럼프를 꺾어보자는 것이 그 목표였습니다. 그때는 일단 그것 밖에는 다른 목표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퇴행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미국의 국제관계는 파탄났고, 그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돼지갈비였다. 가격 부담도 없고 숯불에 구워 먹는 돼지갈비 냄새는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처음 상차림에 생양파채를 산더미처럼 가져다준다. 구운 돼지고기를 간장소스에 살짝 담가 생양파와 먹다 보면 아삭한 양파의 단맛에 고기를 물리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양식에서는 양파를 생으로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국에서 먹는 생양파는 유독 맛이 있었다.미국에는 한국보다 다양한 종류의 양파가 있었다. 비달리아(Vidalia
며칠 전, 따스한 봄기운에 워싱턴 대학에 있는 명물 벚꽃이 조금 일찍 만개했다고 합니다. 비록 제가 사는 지역의 명물이기는 하지만, 저는 왠지 모를 감정 때문에, 아마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대한 진실된 역사적 반성 때문에, 누구에게도 먼저 가자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올해도 봄은 찾아왔고, 주말에는 무엇을 할까 하며 지역 소식을 살피고 있었는데, 두 차례에 걸쳐 시애틀 지역에서 '건국전쟁'이라는 영화 상영이 있다는 광고가 대부분의 지역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한국에서도 상영 전부터 많은 이슈가 되었던 영
검은 껍질 속 주홍색 살이 가득하다. 홍합은 후한 인심의 상징이었다. 내가 살던 제주에는 유명한 오일장이 있다. 오일장 한편에는 해장국집이 있는데 가게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솥에서 홍합탕을 끓여 놓고 무료로 제공하곤 했다. 붐비는 시간에 가면 주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홍합탕의 국물로 허기를 달랠 수 있어 좋았다.거리에 포장마차가 가득하던 예전 시절에는 검은 홍합껍데기가 가득한 양은 대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곤 했다. 신선한 바다향기에 이끌려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이 시절은 파란색 천막이 많았다. 녹색의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느껴 왔습니다만, 그걸 확실히 기사 하나가 더 확인시켜주네요. 민주당에게 유리한 언론은 없습니다. 적어도 메이저 급에선 (물론 마이너라고 해도 레거시 소리를 듣는 언론중에선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만).박용진이 공천 탈락됐다는 소식에 안타깝거나 마음이 상하셨다는 분들 주위에 계시다면, 그 분은 박용진과 친척이거나 혹은 이른바 소수의 '비명'들일 겁니다. 민주당을 구성하는 당원 대부분은 이 소식에 통쾌해 했을 것이고,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다수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메이저 언
비트코인(BTC) 가격이 국내 거래소에서 1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나 더 상승할지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를 시작한 이후 이른바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잡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상승 여력이 더 남아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11일 오후 4시 32분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첫 1억원 선을 터치했다. 이후 1억22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비트코인은 지난달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28일 국내 거래소 기준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비트코인(BTC) 가격이 국내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2021년 상승장에서 8000만원대 가격을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탄 결과다. 특히 지난 1월 미국에서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요 상승 요인이 됐다.◇비트코인, 국내 거래소서 사상 첫 1억원 돌파11일 오후 4시 32분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첫 1억원 선을 터치했다. 이후 1억22만원까지 가격이 뛰었으며 오후 5시20분 현재도 1억6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비트코인의 '최고가 경신' 릴레이는 지난
지난 2월 13일은 미국 뉴올리언스의 마디그라(Mardi Gras)였다. 부활절 47일 전인 이날은 기름진 화요일이라는 뜻으로 전세계에서 다채로운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다. 그중에서 뉴올리언스의 프렌치쿼터(French Quarter) 가장행렬 행사는 화려하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가장 미국적인 음식은 무엇일까? 내가 처음 미국에서 가졌던 궁금증이었다. 미국의 식민지가 처음 생긴 곳부터 따져보면 미국 남부였다. 루이지애나주는 미국지역 음식에 프랑스,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고 케이준 향신료의 매콤함도 살아 있는 음식이 많이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원자력 발전에 다시 집중하면서 미래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과 대비되는 핀란드의 원전 르네상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 체제와 RE100 정책 무시라는 두 가지 큰 함정에 직면해 있다.독일은 지난 2023년 4월, 운영 중이던 마지막 원전을 폐쇄하며 60여 년간의 원자력 발전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반해, 핀란드는 16년 만에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올킬루오토 3호기'를 가동, 유럽에서 가장 큰 발전소로 자리매김하며 원전에 대한 긍정적인 전환을 보였다. 이러한 국
전호제 셰프 = 지난주 국립오페라단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페라 시연회가 있었다. 강연 오페라는 작곡가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에 이끌려 강연을 들었다. 강사님은 우선 이탈리아와 알제리의 지도를 보여주셨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대륙에서 이탈리아는 오른쪽으로 뻗어 있고, 알제리는 지중해의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알제리 수도인 알제에서 이탈리아 로마는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프랑스 마르세유는 1시간 30분 정도로 더 가깝다.과거 무역과 교역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에서 출항한 배가 풍랑에 방
임용한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 물수제비 폭탄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당시 나는 역사책을 좋아해서 구할 수 있는 이야기책은 다 찾아서 읽었다. 당시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아마도 발간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없어서 역사소설도 마다하지 않고 역사를 소재로 한 책은 구할 수 있는 대로 읽었다.그러다가 수십 권짜리 시리즈물을 발견했는데, 2차세계대전의 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였다. 그중에 1943년 5월16일, 영국 공군의 루르 지역 댐 공습을 다룬 이야기도 있었다.루르 지역은 독일 최대의 공업지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웃음꽃이 핀다. '결혼은 언제 하니' 같은 질문이 두려운 나이도 지나서, 오랜만에 고향에 모여앉으면 행복한 표정이 가득하다.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다. 이번 설에 찍어둔 사진은 다음 명절인 추석까지 가끔 꺼내보면서 즐거워 할 추억이 된다.다만 추석까
문어를 흔하게 먹었던 시절은 제주의 애월해변에 거주할 때였다. 그때는 잠수복을 빌려 입고 밤바다 문어잡이를 따라다녀 보기도 했다. 랜턴만으로 문어의 위치를 파악하고 잡아내는 것이 신기했다. 대낮에는 해안에 익숙해서 수영도 자주 했지만, 칠흑 같은 밤에는 시야가 보이지 않아 잡는 것이 어려웠다.제주도 해안에서는 1㎏ 정도의 작은 돌문어가 잡혔다. 문어가 작을 때는 10분 정도만 삶아도 충분하게 익었다. 같은 직장에는 수시로 해안에서 잠수로 문어를 잡는 분이 있어서 귀한 손님이 오시면 갓 잡은 문어를 삶아 대접하기도 했다. 손님들은 다
나는 소망한다.2029년이 되기 전에 대한민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한국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기를...북한은 공산당 독재국가이자 실상은 3대째 이어지는 세습 군주제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현 정권과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와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그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남한의 이전 정권이 추구해 왔던, 온건한 대북정책이 때론 무기력하고 무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외세의 개입이 불가피하고 통일은 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쟁은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다음 달에 자신의 고향 베트남에 방문한다는 서연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고향에 가면 무슨 음식을 제일 먹고 싶니?" 한참 생각하더니 한마디 뱉는다. "과일이 가장 먹고 싶어" 이 대답에 특별한 별미 음식을 기대했었는데 고작 과일이라고 하니 진심으로 의아했다. 잠깐 있다 설명을 덧붙인다. "베트남은 과일이 싸고 맛있어, 다른 음식은 생각이 안 나네."요즘 사과를 보면 나도 서연이 말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이 든다. 싸고 맛있었던 사과는 이제 구입을 주저하게 될 정도다. 몇 달전만 해도 인터넷에서 저렴한 과일을 검색해 구입했다. 요즘은
빅톨 위고의 단편 ‘93’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대포를 실은 배가 태풍을 만났다. 거친 파도는 대포를 묶어놓은 쇠사슬을 끊어버렸다. 선원들은 배 안에서 뒹구는 대포를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태풍보다 위험한 것은 배 안의 대포였다. 그때 문득 선원들은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우리를 진정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외부의 태풍이 아니라 멋대로 굴러 다니는 내부의 대포이다.”보고 있을 때보다 보고 싶을 때가 간절하다. 가지고 있을 때보다 갖고 싶을 때가 더 간절하다. 배부른 포만감보다 배고픈 시장기가 입맛을 돋군다
몇 달 전 에서 나는 프란스 드 발의 책 ‘침팬지 폴리틱스’에 기대면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그럴듯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노무현재단 후원회원의 날 행사에서는 드 발의 후속작 ‘차이에 관한 생각’ 제9장을 원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말로가 비참하리라 예측했다. 일부 ‘친윤’ 정치인과 ‘친윤’ 언론인들은 사회생물학 이론을 활용해 정치를 분석한 것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에 대한 비하행위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대통령을 침팬지 수준으로 깎아내려 조롱했다는 것이다.오해를 거두시라. 그런 뜻이 아니었
필자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현역 정치컨설턴트로서 많은 선거에 개입했다. 우리나라는 대략 87년 6월항쟁으로 절차적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선거에 대한 기법이 대단히 많이 발전했다. 미국처럼 산업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김포시 서울 편입론(메가서울론)’은 단순히 김포지역의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의 여론이 원해서 자연스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한다. 필자는 프로 정치컨설턴트가 손을 댄 것으로 판단한다. 분석하면 할수록 대단히 파괴력 있는 총선 전략이기에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조언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