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따스한 봄기운에 워싱턴 대학에 있는 명물 벚꽃이 조금 일찍 만개했다고 합니다. 비록 제가 사는 지역의 명물이기는 하지만, 저는 왠지 모를 감정 때문에, 아마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대한 진실된 역사적 반성 때문에, 누구에게도 먼저 가자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올해도 봄은 찾아왔고, 주말에는 무엇을 할까 하며 지역 소식을 살피고 있었는데, 두 차례에 걸쳐 시애틀 지역에서 '건국전쟁'이라는 영화 상영이 있다는 광고가 대부분의 지역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상영 전부터 많은 이슈가 되었던 영화로 알고 있고, 다른 미주 지역에서도 상영에 대해 많은 논란들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소개는 하지만, 직접 영화를 관람한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역사의 그 큰 흐름보다는 다분히 지엽적이고 일화적인 역사의 조각들을 재편집한 '이승만'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즉,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셈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한국과 미주 사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이승만' 기념사업들을 생각하면, 이 영화 자체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이를 조장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왜곡된 역사관에 근거한 외교 행보도 그 궤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상영회를 이번 주말부터 한다고 하니, 급한 마음에 먼저 반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기에, 어떤 이들에게는 마치 '닥치고 영화 상영 반대'라고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면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해 보고 듣고 이해한 것들을 바탕으로 나름의 개인적인 상영 반대 입장을 간단하게나마 밝히고자 합니다.

먼저, '이승만'이란 인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은 '4·19'와 '독재자'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독재'가 아닌 '장기 집권'이라는 프레임으로 렌즈를 갈아끼웠다고 합니다. '자유당과 이기붕'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께 들었던 말 중 '이승만'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그가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였기에 국민들의 하야 요구에 민주적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에서도 이 점을 조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스펙의 세상에 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일면 '통한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권좌에서 군과 경찰력을 동원하여 저질렀던 동원 체제 및 4·3 제주 민간인 학살을 포함한 수많은 만행들을 볼 때, 그가 고등교육을 받은 민주적인 지도자라고 판단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늘날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로 시작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표명하고 있습니다. 3·1 운동은 항상 명기되어 있었으며, 4·19의 경우, 전두환 군부 반란 당시를 제외하고는 늘 헌법 전문에 명시되어 있는 우리 조국의 민주화를 선명하게 가리키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살펴보니,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5번,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3번, 그리고 전두환 시절에는 2번, 이렇게 총 10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습니다. 이승만은 사사오입 개헌을 비롯해 무려 5번의 개헌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영구적으로 공고히 하려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아무리 역사의 편린들을 짜깁기하여 이승만 정권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재편집하려 해도, 역사라는 도도한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에 저는 감히 시애틀 지역 '건국전쟁' 상영에 반대를 고합니다. 그리고 워싱턴에서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선포된 지 딱 4년이 되는 오늘, 이 영화로 인해 역사 왜곡이라는 바이러스에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끝으로, 이 영화에 대한 역사적 왜곡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역사학자의 소개 영상을 권합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는 것보다 주말을 훨씬 풍요롭게 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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